[자유 ] 소년의사랑 (삼국지8)
  • 2016.04.25 | 조회 320 | 추천 0
  • 소년의사랑


유언의 의병모집 방을 보고 있는 한 사내가 있었다.



키는 그리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아담한 체형의 이 사내는



검을 쓰는 사람이라기보다는 글을 읽는 선비로 보였다.



그러나 글 읽는 선비로 보기에는 어쩐지 추레하고 가난해 보이는



이 사내가 방을 보고는 가늘게 신음을 토했다.



그 사내의 뒤에서 방을 보고 있는 또 다른 사내가 있었으니



덩치는 우람하고 얼굴에는 가시같은 수염이 덥수룩하게 나 있었다.



언뜻 봐도 돼지나 잡는 백정 정도로 보이는 우락부락한 사내였지만



옷차림새는 화려하고 깨끗하였다. 그가 앞에 서있는 사내의 어깨를



툭 건들면서 말했다.



"어찌 사내대장부가 방을 읽고도 신음만 흘리쇼? 황건적이라 함은



황실에 대항하는 반란자들인데 의협심이 생기지 않수?



뜻이 있다면 발끈 일어서야 하지 않겠수?"



등 뒤에서 툭 건드리는 것에 얼굴을 돌린 사내는



올해 28세의 유비劉備였다. 그의 등을 툭 건드린 남자는



서너살 아래의 혈기왕성한 장비張飛였다.



유비는 장비의 범상치 않은 모습을 보며 놀란 표정을 짓더니



조용히 말했다.



"뜻은 있으나 입에 풀칠하기 바쁜 신세라서 망설이고 있던 차였소.



그대가 뜻을 같이 한다면 나도 함께 할 수 있기는 한데......"



장비가 별안간 크게 웃었다.



"우하하. 형씨의 뜻이 그렇다면 우리가 뜻을 합치는 것이 어떻소?



나도 덩치만 컸지 사실은 소심쟁이라서 뜻이 있는 자를



찾고 있던 차였소. 그래 형씨의 존함은 무엇이오?"



"내 이름은 유비올시다. 황제 경제(한나라 네 번째 황제)의 왕자이신



중산정왕 유승의 머나먼 후손입니다."



화들짝 놀란 장비가 대뜸 고개를 푹 조아리면서 말했다.



"아니. 그런 분이 어찌하여 이런 추레한 옷차림이십니까?



저의 이름은 장비이고, 자는 익덕이라 하옵니다.



돼지를 잡아 파는 주제이지만 물려받은 전답이 있어



나름 풍족하게 살고 있습죠. 까짓것 당장 주관酒館(술집)으로 갑시다.



제가 형님으로 모시고 거하게 대접하겠습니다."